나는 시를 필사하며 ‘쓰는 인간’이 되었다
– 창의성과 삶을 바꾸는 노트의 힘
목 차
쓰는 인간, 시작은 필사였다 1. 하루 10편, 시를 암송하며 베껴 쓰다 2. 노트는 감정과 사유의 실험실이었다 3. 필사로 성장한 제자 이야기 – 정석헌 작가의 변화 4. 노트는 창의성을 깨우는 아날로그의 반격이다 쓰는 인간이 되기 위한 나만의 실천법 |
1. 쓰는 인간, 시작은 필사였다
롤런드 앨런의 책, 『쓰는 인간』은 이렇게 묻는 것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당신에게 쓰기란 어떤 행위입니까?”
저에게 ‘쓰기’란, 타인의 문장을 내 몸을 통과시켜 다시 나의 언어로 새기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쓰기의 시작은 다름 아닌 ‘필사’입니다.
노트 한 권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그 공책은 삶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하루 10편씩 시를 정성껏 필사하며, 두 달 동안 800편의 시를 공책에 채워 넣었습니다. 이 시간은 단순한 베껴쓰기 이상의 경험이었습니다. 정신 수련이었고, 문장의 해부였으며, 사유의 연습장이었습니다.
필사와 더불어 문창과 학생들이 매일 하고 있는 묘사하는 문장, 열 개씩 만드는 것도 병행했습니다.



『쓰는 인간』에서 레오나르로 다빈치가 거울글씨로 스케치북을 채워나간 이야기처럼, 저도 매일 노트를 빼곡히 채우며 제대로 ‘쓰는 인간’이 되어갔습니다.
"'쓰는 인간'이 되기 위해 노트를 충분히 사용하세요.
그러면 그 노트가 당신의 뇌를 바꿀 것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
2. 하루 10편, 시를 암송하며 베껴 쓰다
학원 쉬는 날이면 저는 시 세 편을 공책에 또박또박 필사한 후, 산행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갈하게 꾹꾹 눌러쓴 최승자의 시 「기억하는가」는, 산을 오르는 제 걸음과 함께 암송되었고, 정상에 다다를 즈음엔 이미 제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시는 더 이상 종이에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하늘과 공기, 그리고 제 호흡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말이 되어 제 안에서 울렸습니다.
기억하는가
-최승자
기억하는가
우리가 처음 만나던 그 날.
환희처럼 슬픔처럼
오래 큰물 내리던 그 날.
네가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네가 다시는 전화하지 않았으므로
나는 평생을 뒤척였다.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 문학과지성사, 2010
2010년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장작
저녁 무렵, 다시 공책을 펼쳤을 때 시의 여백에 이런 메모를 남겼습니다.
- ‘기억하는가’라는 반복은 화자의 내면과 독자의 공감을 강하게 자극함
- ‘환희처럼 슬픔처럼’은 상반된 감정을 병치시켜 이중적인 감정의 깊이를 드러냄
- 시의 시상 전개는 과거 회상의 반복 → 감정의 지속 → 삶의 고통이라는 곡선으로 이어짐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를 마인드맵으로 그려보았습니다.
감정의 흐름, 단어 간의 연결성, 반복의 리듬을 시각화하며 저는 그 시의 ‘속살’까지 들여다보게 되었고, 마침내 제 삶의 언어로 새기게 되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쓰는 인간』의 한 구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레오나르도는 일단 관찰하고나면, 지금까지도 눈부시게 빛나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한 창조적인 작업을 시작하곤 했던 것이다. 그의 설계는 고용주들의 가장 실제척인 필요에 부합할 만한 것들이었다.
-『쓰는 인간』, p.151
다빈치의 사례만 보더라도, 단순히 ‘관찰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곧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눈으로 본 것을 곧장 머릿속에서 다시 조립하고,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뒤,
자신만의 언어로 그림을 그리고 설계 했습니다. 자기 손으로 다시 만들어낼 때, 비로소 그것은 자신의 지식, 자신의 언어, 자신의 창조물이 되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시를 선택해 필사를 통해 읽고, 외우고, 구조화할 때 비로소 ‘제 것이 된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한 편의 시가 내 몸 안에서 걷고, 숨 쉬고, 살아가는’ 문학의 기적 같은 시간이 된 것입니다.
3. 노트는 감정과 사유의 실험실이었다
공책은 단순한 기록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내 감정을 실험하는 공간이었고, 나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실험실이었습니다.
기록은 단순한 기억의 저장이 아닙니다.
관찰한 것을 자기 안에서 새롭게 구성하고, 생각을 깊게 확장해가는 창조의 연습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시를 필사할 때, 언제나 그 옆에 저만의 메모를 덧붙였습니다.
그 시를 읽은 날의 날짜와 날씨, 떠오른 감정, 그리고 그 시가 건드린 오래된 기억들까지. 그런 감정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흐릿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생한 ‘감정의 지도’로 남아, 그날의 나를 다시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그 노트들에는 내가 사랑한 문장들과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들,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발견한 '진짜 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4. 필사에서 작가로 – 정석헌 작가의 성장 스토리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정석헌 작가는 제가 진행하고 있는 중앙대 미래교육원 <진순희의 돈이 되는 책쓰기> 수업에서 만난 수강생이자, 지금은 누구보다 성실한 ‘쓰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았습니다. 쓰기를 몸으로 실천하는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였고, 필사를 통해 자신만의 사유와 표현을 단단히 길러냈습니다.
정석헌 작가가 글쓰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선택한 실천은 ‘베껴 쓰기’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문장을 옮겨 적는 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제공한 필사 자료와 함께 그래픽 조직자까지 배부했는데, 정석헌 작가는 그 모든 과제를 누구보다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본문 필사를 할 땐 스스로 시간을 재며 집중했고, 그래픽 조직자를 작성할 때에도
문장의 구조와 의미 흐름을 눈으로 그려가며 정리해나갔습니다. 그는 글을 따라 쓰며 중요한 단어에는 색을 입혔고, 전체 문장의 흐름을 자신의 사고에 맞춰 다시 해석하고 재구성했습니다.
암송하며 따라 쓰는 과정은 단순한 필사를 넘어 글의 감정과 리듬을 자기 안에 깊이 새겨 넣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시간까지 측정하며 치밀하게 실천한 그의 필사 노트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작품이자, ‘작가가 되기 위한 훈련장’을 넘어, 작가로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 정석헌 작가의 실천 예시
-각 문장의 핵심을 색상별로 구분하여 필사
-시적 장치와 구조를 도식화한 그래픽 조직자 작성
-시를 필사한 후 자신의 사유와 감정을 함께 적음
-글을 ‘다시 쓴다’는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을 마음으로 되새김
정석헌 작가는 과제를 수행할 때도 시간까지 재며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수업 당시 정성껏 써 내려간 공책에는 형광펜과 손글씨가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1년 가까이 꾸준히 이어간 결과, 그는 무려 3권의 책을 출간하였고,
한국출판평론가대상을 연거푸 두 차례나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수상 후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필사는 제 글쓰기의 근육이 되었습니다.”
– 정석헌 작가의 브런치 인터뷰 中

정석헌 작가의 글쓰기 여정은 『쓰는 인간』 속 아이작 뉴턴의 사례와도 닮아 있습니다.
글을 거의 읽을 줄 모르는 어머니, 엄격한 의붓아버지와 달리아이작은 열정적인 노트지기로 성장했고,
긴 시간에 걸쳐 유명한 이력을 쌓아가는 동안 수많은 노트를 채워나갔다.”
-『쓰는 인간』, P.261
손으로 쓴 문장이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요. 정석헌 작가는 그 변화의 가장 뚜렷한 증거이자, ‘쓰는 인간’이라는 개념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살아 있는 표상입니다.
쓰는 일을 온몸으로 살아낸 그는, ‘쓰는 인간’의 화신이라 불릴 만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5. 노트는 창의성을 깨우는 아날로그의 반격이다
『쓰는 인간』에서는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 David Sax의 책 『아날로그의 반격 The Revenge of Analog』 을 빌어 말합니다.
“(레코드판, 보드게임, 필름카메라와 더불어) 종이 노트가 디지털 대체품에 대한 정신적 저항력을 서서히 키운다고 표현했다."
『쓰는 인간』, p.24
저는 여전히 회의, 일정, 강의 구상 등 중요한 아이디어는 종이 노트에 씁니다.
펜으로 적는 순간, 생각이 더 정리되고 감정이 더 진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 『쓰는 인간』은 뜻밖의 역사적 사실을 전합니다.
“피렌체인에게는 경쟁우위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부기는 결국 새로운 정보기술이 있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마티노 마누치는 매일 사용했던, 그러나 파리나 안트베르펜, 캔터베리, 위트레흐트의 잠재적 경쟁자들은 입수하기가 힘들었던 기술이었다.마누치에게는 노트가 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종이로 만든 노트가.
『쓰는 인간』 , p.50
산으로 둘러싸여 해상 교역의 이점을 누릴 수 없었고, 좁은 평야에 인구도 많지 않았던 도시, 피렌체.
지리적으로도, 자원적으로도 유리한 조건은 갖추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심장으로, 유럽 문화와 금융의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었던 비밀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쓰는 인간』은 그 답을 ‘종이 노트’에서 찾습니다. 인쇄업자 마르틴 마누치의 손에서 만들어진 종이 노트는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라, 사유와 정리, 그리고 창조의 공간이었습니다.
이 노트는 메디치 가문의 재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사용되었고, 상인들은 이 노트에 거래 내역뿐 아니라 감정과 판단, 통찰까지 함께 기록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도시의 기록은 곧 자산이 되었고, ‘쓰는 습관’은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지적 근육이 되었습니다.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피렌체는 ‘쓰는 습관’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노트’는 단순한 개인의 메모장이 아닌, 도시 전체의 기억 장치이자 경제적 도구였던 셈입니다.
쓰는 것을 생각하는 데 사용한 ADHD에 시달리던 라이더 캐롤 Ryder Carall의 라이더 노트에서도 쓰는 것의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떤 개념을 갖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발전시키는 것은 별개의 일이에요. 내 생각을 처리하고 그것을 다른 곳에 두는 도구를 갖고 있을 때 사고과정이 훨씬 더 향상돼요. 그러니까 기록은 내가 선천적으로 갖지 못할, 나의 생각과 소통하는 기회죠.”
『쓰는 인간』, p.440
그렇습니다. 노트는 창의성의 시동 버튼입니다. 내면의 사유를 끄집어내는 아날로그의 반격이자, 스스로를 ‘깨어 있는 상태’로 만드는 도구입니다.
쓰는 인간이 되기 위한 나만의 실천법
‘쓰는 인간’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쓰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해도 좋습니다.
실천 팁 3가지
- 하루 한 편의 시를 베껴 쓰며 시작하기
- 공책 여백에 감정 / 상징 / 리듬을 색으로 표시
- 일주일에 한 번, 마인드맵으로 나만의 해석 정리
노트를 채우는 것은 결국 ‘나를 채우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노트 한 권을 펼쳐 시 한 편을 베껴 쓰는 것.
그 사소한 행위가 창의적인 삶의 첫걸음이 됩니다.
-남의 시를 필사하면, 내 안의 문장이 깨어난다.
-책 한 권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다. 그래서 쓰기는 존엄한 일이다.
-진순희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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