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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논제 만드는 법 몰라서 독서토론 망친 적 있나요?

by 큐티라라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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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만드는 법 몰라서 독서토론 망친 적 있나요?”

-나쁜 책으로 배우는 독서토론 설계 실전 예시 공개

 

목차

1.『나쁜 책, 왜 다시 읽어야 하는가?

2.독서토론을 위한 구성 안내

3.[열린논제] 피라미드』 – 복종은 왜 반복되는가?

4.[입장논제] 필론의 돼지』 – 침묵은 사유인가, 외면인가?

5.마무리 글: 금서를 읽는다는 것의 의미

활용 팁: 수업·토론에 적용하는 법

 

 

1. 나쁜 책, 왜 다시 읽어야 하는가?

나쁜 책은 단지 읽지 말라는 도장을 찍힌 책들에 대한 리스트가 아닙니다.
그 책들이 왜 금지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한 시대의 불안과 권력, 그리고 인간이 외면하고 싶은 진실들이 선명히 드러납니다.

금서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침묵당한 목소리를 복원하고,
망각된 진실을 다시 호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금지된 책을 읽는 용기가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유의 힘입니다.

 

 

2. 독서토론을 위한 구성 안내

 

나쁜 책을 기반으로 한 독서토론에서는
열린 논제와 입장 논제를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열린 논제: 작품 속 철학적 질문에 대해 확장적으로 사고하는 훈련

입장 논제: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

각 논제별로
작품 배경 요약
논제 안내
모범답안을 구성하면 수업에 바로 활용 가능합니다.

 

3. [열린논제] 피라미드』 – 복종은 왜 반복되는가?

 

논제 안내

피라미드는 기원전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실상 20세기 알바니아 전체주의 체제를 은유한 정치우화입니다.
작품 속 파라오 쿠푸는 어쩌면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곧 왕조 시스템이라는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의지조차 꺾이게 됩니다.

 

발문예시)

나는 지금, 어떤 피라미드를 쌓고 있는가?”

복종은 언제부터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구조가 된 걸까?”

 

■ 열린논제

1. 이즈마일 카다레의 피라미드“‘유럽의 김일성으로 불리는 알바니아 공산주의 40년 독재자 엔베르 호자를 직격 비판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원전 2600년 년 경에 즉위한 파라오 쿠푸는 어쩌면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p.196)라는 말로 대신들을 당혹하게 만듭니다. 대신들은 피라미드는 왕권의 상징과는 상관 없으며 피라미드의 건축은 파라오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며, 마땅히 시행되어야 할 과업”(p.197)이라고 설파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 파라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첫째, 땅속으로 끝도 없는 구멍을 파게 하는 일, 둘째 이집트 전역을 통째로 에워싸는 거대 성벽의 건축, 셋째, 왕의 무던 피라미드.”(p.197)라고 대신들은 주장합니다. 물론 대신들의 설득에 파라오는 피라미드 건축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게 되지요. 저자는 구멍파기는 무한성으로 성벽 쌓기는 유한성으로, 피라미드 쌓기는 유한성과 무한성을 지닌 것으로 파악합니다. 여러분은 이 부분을 어떻게 보셨나요?

 

작품의 배경은 기원전 26000년경 이집트입니다. 파라오 쿠푸가 즉위했습니다. 쿠푸는 대신들에게 모호하고도 이상한 말을 남깁니다. 피라미드 건축이 시작되리라는 예상과 달리 쿠푸는 어쩌면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한마디를 내뱉습니다.(p.196)
생활이 안락해지면 백성은 독립적인 정신을 가지고 파라오의 권위에 도전하고 반항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피라미드 건축은 파라오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며, 마땅히 시행되어야 할 과업이다.‘ 대신들은 목숨을 걸고 파라오에게 주장합니다.(pp.196~197)
과거 파라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고 대신들은 주장합니다. 첫째, 땅속으로 끝도 없는 구멍을 파게 하는 일. 둘째, 이집트 전역을 통째로 에워싸는 거대 성벽의 건축, 셋째, 왕의 무덤 피라미드.
먼저 구멍 파기는 대의가 부족한 데다 말 그대로 끝도 없어 큰 원말을 살 일이었습니다(무한성). 또 성벽 쌓기는 언젠가 종결될 일이어서 먼 미래에는 지속 가능하지 않았습니다(유한성). 반면 피라미드 건설은 유한하면서 동시에 무한했습니다. 파라오마다 하나씩 완성하면서도, 후임 파라오는 영구히 등장하므로 세상이 끝날 때까지 시행할 만한 일로 적합했으니까요(유한성+무한성). 게다가 성과물이 눈앞에 펼쳐지는 일이었기에 왕권을 강화하기에 적합했습니다.(pp.197~198)

 

✅ 열린논제 모범답안

피라미드, 유한성과 무한성의 정치적 상징

이즈마일 카댜레의 피라미드는 고대 이집트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실은 20세기 알바니아의 전체주의를 고발하는 날카로운 정치우화입니다. 특히 파라오 쿠푸가 어쩌면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p.196)고 말하는 장면은, ‘절대 권력조차 시스템의 굴레에 갇혀 있는아이러니를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라 느꼈습니다.

파라오조차 자신의 의지로 피라미드 건축을 중단하지 못합니다. 대신들은 피라미드야말로 왕권 유지의 핵심 장치이며, “피라미드의 건축은 파라오가 선택할 문제가 아니며, 마땅히 시행되어야 할 과업”(p.197)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대목은 권력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자신이 만든 시스템에 예속되는, 전체주의 정치의 자기모순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가 제시한 세 가지 건축 방식에 담긴 철학적 해석이었습니다.

끝도 없는 구멍 파기무한성,

성벽 쌓기유한성,

피라미드 건설유한성과 무한성의 결합(p.197)이었습니다.

피라미드는 물리적으로는 하나씩 완성되지만, 권력의 세습과 함께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한한 통제와 억압을 상징하는 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백성은 쉬지 않고 노동에 동원되며, 그 고통의 연쇄는 대대로 이어집니다. 피라미드는 무덤이 아니라 권력의 시간표인 셈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통해 권력의 무게는 개인의 의지를 초월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파라오는 절대자이지만, 동시에 시스템의 포로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고대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우리는 무엇을 위해 기꺼이 복종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복종은 단순한 개인의 윤리적 복종이라기보다는, 전체주의 체제 속에서 집단과 개인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또는 '강제적으로' 복종하게 되는가를 고발하는 정치적 의미의 복종입니다.

 

 

4. [입장논제] 필론의 돼지』 – 침묵은 사유인가, 외면인가?

-논제 안내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는 유신 말기와 광주 이후의 불안한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작가는 어느 쪽에도 명확히 칼끝을 들이대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큰 사유를 요구하는 소설입니다.

 

-발문 예시

침묵은 때로, 더 무거운 대답이 될 수 있을까?”

말하지 않는 것이 곧, 책임을 피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까?”

 

 

✅ 입장논제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는 유신 말기와 5·18 광주 이후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직접적인 정치적 입장 표명이나 진영 선택을 피한 채 인간 내면의 무지(無智)와 체념에 주목하는 작품입니다. 나쁜 책의 저자 김유태는 이 작품이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지니는 이유에 대해 갑갑한 회사생활, 민감한 가족관계, 저 멀리 정치권까지도 세상이 언제나 둘로 쪼개져 싸우기 때문”(p.179)이라고 평합니다. 그리고 작품에 담긴 비판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문열은 한 인간이 하늘에서 내린 파도를 어찌 막겠나. 소설가는 하나의 방향만을 겨냥할 수 없는 존재”(p.181)라고 말하며, 명확한 입장 대신 중립을 취하는 태도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중립의 선택은 곧 침묵으로 이어졌고, 그 침묵은 양쪽 모두로부터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이처럼 진영 선택을 거부하고 인간 내면에 집중한 이문열의 관점에 공감하시나요?

 

필론의 돼지가 금서였던 시절을 지나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생명력을 얻는 이유는 갑갑한 회사생활, 민감한 가족관계, 저 멀리 정치권까지도 세상이 언제나 둘로 쪼개져 싸우기 때문일 것입니다.(p.179)
문학 기자를 하면서 부악문원에서의 독대만 세 번이었는데, 그는 필론의 돼지를 중단편 중 최고작으로 언급했습니다. 유신이 끝나면서 사람들은 이제 자유라 생각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필론의 돼지를 발표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보안사령부 쪽에서는 유신이 끝나서 살 만한데 또 군인이 왔다는 식으로 전두환을 비판했다고 하고, 광주에서는 이 소설이 자신들을 폭도(소설에서의 전역병들)로 몰아붙였다고 하니 참 고약한 상황이었다고 털어 놓기도 했습니다. 당시 비판의 칼은 어느 쪽이었느지를 묻자 이문열 작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인간이 하늘에서 내린 파도를 어찌 막겠나. 소설가는 하나의 방향만을 겨낭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다만 내가 소설에서 말하려던 건 무지(無智)와 혁명이 어떻게 구별될 수 있느냐였다. 소설에서 도 홍동덕처럼 체념한 채 소주병을 받는다."(pp.179~181)
이문열 작가는 20세기 후반 한국문학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작품의 내부가 아닌 바깥에서 내려지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이 한 편의 작품으로만 이해되는 경우는 이제 없으며 그 소설이 가리키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간파해왔지요.(p.181)

 

 

공감한다 모범답안

 

공감한다 중립과 침묵은 깊은 사유의 표현이다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는 이념으로 양분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고뇌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특정한 진영을 지목하기보다, 그 안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내면을 중심에 놓습니다.

한 인간이 하늘에서 내린 파도를 어찌 막겠나. 소설가는 하나의 방향만을 겨냥할 수 없는 존재”(p.180)
라는 말은, 단순한 중립의 선언이 아니라 말할 수 없음의 고통과 인간 조건의 한계를 품은 사유의 표현입니다.

 

가 소주병을 받는 장면은 체념이 아니라, 극단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 인간의 슬픈 선택이자 그 자체로 폭력과 혼란에 침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시대정신의 은유입니다.
나쁜 책에서는 이렇게 언급합니다.
갑갑한 회사생활, 민감한 가족관계, 저 멀리 정치권까지도 세상이 언제나 둘로 쪼개져 싸우기 때문”(p.179)이라고요. 이 문장은 우리가 겪는 사회의 풍경으로 겹쳐집니다.
우리는 여전히 갈등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문학은 이 현실을 어떻게 관찰하고 성찰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집니다. 이문열은 불편한 진실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둘러싼 인간의 무력함을 깊이 응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하기 어렵다  모범답안

 

공감하기 어렵다 중립과 침묵은 불편한 진실을 피한 외면이다

 

이문열은 필론의 돼지에서 소설가는 하나의 방향만을 겨냥할 수 없는 존재”(p.181)라고 말하며,
어떤 진영에도 서지 않으려는 중립의 입장을 취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는 당시의 역사적 현실에서 말해야 할 책임을 외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 속 인물인 는 결국 소주병을 받으며 침묵을 선택합니다. 이 장면은 체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작가 자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만든 결과처럼 느껴집니다. 중립을 선택했기 때문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그 침묵은 곧 어떤 입장에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이 소설은 광주 시민들로부터 자신들을 폭도로 묘사했다”(p.180)는 반발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작품이 폭력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뚜렷이 담지 않고, 갈등을 단순한 혼란이나 인간 내면의 체념으로 돌려버렸습니다이문열은 고통받는 이들을 대신해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의 방향만을 겨냥할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침묵을 정당화한 것작가로서 책임을 회피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중립은 때로 폭력의 본질을 흐리는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침묵이 반드시 깊은 사유는 아닙니다. 어떤 시대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 곧 권력의 편에 서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그렇기에 저는 이문열의 태도에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5.마무리 글: 금서를 읽는다는 것의 의미

금서란 시대가 감추고 싶었던 문장입니다.그리고 그 문장은, 결국 우리가 묻고 싶은 질문으로 되살아납니다.

피라미드는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복종하는가?”

필론의 돼지는 되묻습니다. “침묵은 사유인가, 외면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시 나쁜 책을 읽어야 합니다.

 

6. 활용 팁: 수업·토론에 적용하는 법

- 고등학생 대상 활동

1차시: 배경 요약 후 내가 쌓고 있는 피라미드는 무엇인가?’ 글쓰기

2차시: 찬반토론 중립은 진실 회피인가, 깊은 사유인가?”

 

-성인 독서모임 활동

소주제별 21조로 발문 교환 토론

감정적 질문에 기반한 감상문 쓰기
: “나는 언제 침묵함으로써 상처를 주었는가?”

 

활용 발문 예시

 

당신은 지금, 누구의 피라미드를 쌓고 있나요?

당신의 침묵은 깊은 사유인가, 외면인가?

복종은 언제부터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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